추천도서부터 찾아본 이유

아이들 독서 교육을 생각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각 연령에 맞는 추천도서를 읽혀야겠다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전문가들이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고른 책일 테니, 난이도나 내용, 주제 면에서 내가 혼자 고르는 것보다 훨씬 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중학교 1학년 추천도서를 검색하다가 눈에 들어온 책이 『큰발 중국 아가씨』였다.

큰발 아가씨? 저자 이름을 보니 중국인이었다.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가 있었다.

‘혹시… 전족 이야기인가?’

『큰발 중국 아가씨』는 어떤 이야기일까

역시 맞았다. 이야기의 배경은 신해혁명이 일어나던 1911년 무렵의 중국이다.

주인공 아이린은 부유한 집안의 셋째 딸이다. 그 시절 좋은 집안의 딸이라면 당연히 발을 묶어야 했고, 아이린도 언니들이 전족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랐다. 사촌 오빠들과 뛰어노는 걸 좋아하던 아이린은 발을 묶으면 다시는 마음껏 달릴 수 없다는 걸 알고 전족을 거부한다.

다행히 생각이 깨어 있던 아버지가 딸의 뜻을 받아준다. 하지만 그 대가는 컸다. 정혼했던 집안에서 혼약을 깨버린 것이다. 대신 아버지는 아이린을 서양 선교사들이 세운 학교에 보내고, 아이린은 그곳에서 영어와 새로운 학문을 배우며 넓은 세상을 만난다.

그러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상황은 달라진다. 새로 집안의 어른이 된 큰아버지는 아이린의 공부를 막고, ‘큰 발’을 가진 여자에게 남은 몇 안 되는 길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 아이린은 그 어떤 길도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 이야기 속 중국의 모습

내게 가장 흥미로웠던 건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당시 중국의 모습이었다.

역사를 자세히 설명하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오래된 전통을 지키려는 할머니와 어머니, 새로운 생각을 받아들이는 아버지, 서양식 학교와 선교사들의 등장까지, 이야기의 배경 곳곳에서 변해가는 중국의 모습이 보인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그때 중국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하는 호기심 하나만 가져도, 이 책은 성공이다 싶었다.

4학년 주한이도 푹 빠져서 읽었다

그래서 책을 좋아하는 4학년 주한이에게도 읽혀보았다. 중학생 추천도서라 조금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 흥미롭게 끝까지 읽어냈다.

추천 학년은 하나의 기준일 뿐, 아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주제라면 조금 앞서 읽어도 충분하다는 걸 다시 느꼈다.

천 년의 악습, 전족을 생각하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전족이라는 풍습에 대해 오래 생각하게 되었다.

전족은 송나라 때부터 천 년 가까이 이어져 온 풍습이라고 한다. 귀족층 여자들은 좋은 집안에 시집가기 위해 반드시 발을 묶어야 했다. 어린 나이에 발이 꺾이고 묶이는 고통을 견뎌야 했던 수많은 여자아이들을 떠올리니 마음이 암담해졌다.

그런데 그 시대 사람들에게 전족은 ‘고통’이 아니라 ‘당연한 것’, 심지어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게 더 무섭게 느껴졌다.

지금 우리에게는 그런 것이 없을까?

그래서 이런 질문이 생겼다.

현대에는 그런 것들이 없을까?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지만, 사실은 누군가를 아프게 하는 풍습이나 기준이 우리 곁에도 있지 않을까?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아이들과도 함께 나눠보고 싶다. 백 년 뒤의 사람들이 지금 우리를 보며 ‘그땐 왜 그랬을까’ 하고 고개를 저을 만한 것이 무엇일지, 아이들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궁금하다.